대한민국 대통령의 취임 3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유엔 방문은 현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측 불가능성이 증대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지구적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외교 현장에서 유엔 업무를 다수 경험한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전 유엔대사)은 5년 단임제의 한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매년 9월 개최되는 유엔 총회는 193개 회원국 중 약 150개국의 정상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정상급 모임이다. 이러한 대규모 정상회담은 새로운 대통령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매우 효과적인 기회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개월 만의 유엔 방문은 새 정부의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알리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최초로 유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에 관한 토의를 주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이 9월 의장국을 맡게 됨에 따라 가능해진 이 역할은 매우 이례적이다. 안보리 의장국은 국명 알파벳 순서에 따라 1개월씩 돌아가며 맡게 되는데, 비상임이사국은 2년 임기 동안 두 차례 정도 기회가 온다. 상임이사국조차 각국 정상이 모이는 9월에 의장국을 맡는 것이 확률적으로 드문 일인데, 한국이 유엔 가입 후 세 차례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 동안 9월 의장국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한국 대통령이 직접 안보리 의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 역시 처음으로, 이는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크게 세 가지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기조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외교 방향과 목표를 전 세계에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유엔 총회 개막 후 첫 일주일간 진행되는 각국 정상들의 15분 기조연설은 자국의 외교 기조와 국가 정책을 함축적으로 발표하는 중요한 기회이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9월 23일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한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주로 국내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한국의 높아진 국제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선진국으로 나아갈수록 한국의 관심사와 세계의 관심사가 일치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 의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유엔 회원국의 약 3분의 1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직책이며, 한국의 경우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면 적어도 10년 후에나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토의에서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기회와 도전 과제를 논의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최근 안보리는 기후변화, 사이버 테러 등 국제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제들까지 의제로 삼고 있으며, AI 관련 문제는 현재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서 미래 세계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논의가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유엔 총회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고,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복잡한 상황에서 개최된다. 국가 간 단합이 절실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이기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총회와 안보리 회의, 유엔 사무총장 면담,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다자적 해결책 모색에 앞장설 수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강화되어 예측 가능한 국제 질서가 확립되고 각종 지구적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익에 부합한다. 오늘날 한국의 국익은 한반도를 넘어 인류 전체의 공존과 발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