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외교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치러진 6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했으며, 이번 일본과 미국 방문은 향후 5년간의 대외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한국 외교의 미래 전략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취임 초부터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정상회담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9월 유엔총회 또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은 한국 외교·안보에 있어 매우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일본과 미국에서 개최될 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 기조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일부 미국 언론들은 그를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하며 우려를 표했다. 백악관은 한국 대선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민주주의 간섭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일방적인 좌파 성향의 친중 정권 묘사는 이재명 정부에게 부당하고 억울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 미국 사회가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한국 외교에 있어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한편, 일본 이시바 정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임을 강조하며 민간을 포함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발히 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내고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미국 정계로부터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강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외교를 펼쳐나가면서,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가 지역 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5개월 만에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때와도 비교된다. 당시 미국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글로벌 반테러 캠페인 및 이라크 전쟁 참여를 요구했으나, 한미 정상은 한국의 파병 결정 등 양국의 현안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합의를 도출했으며,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우려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