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은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활력의 계절이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는 이 시기가 대비 없이는 위기의 계절이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올해 3월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기온 상승, 건조한 날씨, 강풍이 결합할 때 작은 불씨 하나가 통제 불능의 재난으로 번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문화재나 관광지에서의 화재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소중한 자산까지 앗아갈 위험이 있다. 또한, 봄은 야외 활동과 지역 축제, 문화 행사 등으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중운집 장소에서는 예상치 못한 혼잡, 이동 동선 간섭, 응급상황 대응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작은 징후에서 큰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지혜, 즉 ‘견미지저(見微知著)’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안전은 더 이상 일부 기관이나 특정 주체의 책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는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하던 시기의 생존 전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교훈이다. 당시 네안데르탈인은 신체 조건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유리했지만, 결국 생존한 것은 호모 사피엔스였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협업’ 능력에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와 신화를 통해 혈연을 초월한 협력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보다 큰 집단을 구성할 수 있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가족 단위의 소집단 협력에 머물렀고, 확장성의 한계가 생존력의 격차로 이어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자기 근육을 믿고 싸웠고, 사피엔스는 서로를 믿고 함께 싸웠다”는 말처럼, 현대 사회에서도 봄철 재난과 안전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하는 협력적 대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 된다.
이러한 협업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중앙 정부는 사전 위험 요소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함께, 지자체와 민간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지역 축제와 같은 다중운집 행사의 경우, 주최자와 지자체,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인파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혼잡도 예측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민간 자율방재단과 현장 요원을 주요 동선에 배치하여 즉각적인 상황 대응을 준비한다. 산불 대응 역시 민관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국가유산보호구역과 관광지 인근 산림 지역에는 드론과 CCTV를 활용한 감시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화재 취약 시기에는 야외 불꽃 사용 제한, 입산 통제 등의 조치가 민간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며, 지역 단위의 훈련도 꾸준히 진행된다. 야외무대, 천막, 전기 설비 등 임시 구조물에 대한 점검 역시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최자 대상의 안전관리 매뉴얼 배포와 강풍 등 기상특보 발효 시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 등 현장 실효성을 높이는 다양한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순히 행사 당일의 안전만을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내 안전 문화가 일상으로 정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와 기술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안전은 현장을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안내에 귀 기울이고,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봄철 행사에서는 보호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자녀와 함께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일상적인 태도는 다음 세대에게 ‘안전 문화’라는 중요한 유산을 전하는 일과도 같다. 결국 안전은 협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대비할 때 봄은 비로소 안전하게 피어날 수 있다. 예방은 거창한 시스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순간 우리의 작은 실천과 연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제나 우리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