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국가유공자들의 의료 및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과 질 높은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 하에 새 정부는 국가를 위한 희생에 합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보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현재 다섯 분만이 생존해 계신 독립유공자들을 포함한 국가유공자들의 존엄하고 편안한 노후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8개 보훈요양원에서는 1,600여 병상을 운영하며 최신 시설과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앙보훈병원, 부산보훈병원 등 6개 직영 보훈병원과 900여 개의 위탁병원을 통해 국가유공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더 나아가 보훈공단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보훈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공공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광복 80년의 역사 속에서 국난을 극복하는 데 헌신한 분들, 특히 고령화된 국가유공자들의 특성에 맞는 통합적 의료·요양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6.25전쟁 및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상처까지 포괄하는 급성기-요양-재활 통합형 의료 시스템은 고령화 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의료 모델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보훈병원이 격리 병상 운영 및 백신 접종센터 역할을 수행하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한 바와 같이, 비상 상황 대응 능력 또한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지역 주민에게도 응급 및 긴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역할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훈공단은 전공의 사태 이후 의료진 수급 문제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안정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의료진 공급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헌신하는 의료진들의 사명감이 현재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또한, 국가유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보훈병원 이용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지역 주민들이 보훈병원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의료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 보훈병원과 위탁병원 간의 촘촘한 진료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경증 환자는 위탁병원에서, 중증 환자는 보훈병원에서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 보훈은 물질적, 경제적 보상뿐 아니라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 그리고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보훈 문화 확산이라는 세 가지 영역을 아우른다. 특히 고령화된 국가유공자들이 몸으로 직접 느끼는 의료복지 서비스의 질은 나라의 국격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오성규, 이석규 애국지사 등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들이 존엄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며, 이는 보훈공단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보훈공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의료·복지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