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 체계가 AI 기반의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인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미국이나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역량에 달려있지만, 현재 한국의 교육 및 노동 시장은 이러한 인재 양성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 이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언론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특히 ‘쉬었음’ 청년층의 증가는 주목할 만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구체적인 사유 없이 쉬는 청년이 40만 명대를 유지하며, 이는 2003년 노무현 정권 첫해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일부에서는 청년 세대의 나약함을 탓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열악한 근무 환경, 강압적인 분위기,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 경험 있는 노동력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특별한 것이 아닌, 최저시급 이상의 급여, 적절한 근무 환경,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업무 등 ‘상식적인’ 일자리이지만, 한국 사회는 이러한 상식적인 일자리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일자리 상황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증가와 청년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라는 두 개의 축으로 요약된다. 8월 기준으로 청년 일자리는 1991년 대비 약 200만 개가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청년 일자리 대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1991년 8.3배에서 올해 0.8배로 역전되었으며, 지난해부터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해도 두드러지는 수치로, OECD 국가들의 경우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에도 미치지 못하며, 고령층 일자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도 청년 일자리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는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산업 구조의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청년 일자리 부족은 신산업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은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5%로 감소하며 탈공업화가 압축적으로 진행되었다. 더욱이 한국 제조업은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는 생산 부문에 특화되어 ‘자기완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져 자영업자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신산업 육성 실패는 청년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어, 25~34세 핵심 노동력의 취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에 비해 70만 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취업자는 같은 기간 339만 명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고령층이 레드오션인 자영업이나 정부 지원 일자리에 의존하는 반면, 청년 일거리는 갈수록 사라지는 현실은 한국 산업 생태계의 심각한 병폐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기술 혁명, 특히 인터넷 및 IT 혁명, 데이터 혁명, 그리고 AI 혁명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정책 기조 역시 이러한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처절한 자기비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강의 기적’과 같은 산업화 경험과는 달리,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자기완결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한국은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며,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AI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은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의 문화와 이질적이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진화하지 못한 이유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대표 기업이 모바일 기기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마저 AI 대전환 과정에서 2류 기업으로 전락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AI 기반 산업 체계의 대전환에서 인재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AI 3대 강국’은 인재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시한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 및 ‘쉬었음’ 청년에 대한 생활비 지원 등 ‘AI 전사 육성’ 방안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지만, 기존 시스템과의 ‘결별’ 없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이 교육 혁명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고 사회 혁신을 이루며 산업 혁명을 이끌었던 사례처럼, 한국 역시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환경의 산물인 모노칼라 인재 양성을 중단하고 새로운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혁명이 절실하다.
AI 인프라와 모델 강국임에도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중국의 사례에서도 보듯, AI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전사들에 의한 새로운 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하며,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경제적 여유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 사회소득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사회소득의 제도화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