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성공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한국 사회 내부의 차별적 현실이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한류의 미래가 시장 축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차별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 올 것이라고 지적하며, 십수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 한류는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과 같은 상징적인 성공을 넘어 여러 차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케이팝 그룹들은 BTS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이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7개 앨범 연속 빌보드 Top 200 1위라는 전례 없는 신기록을 세웠다. 멤버 중 두 명이 호주 국적이라는 점은 영어 소통 및 군 복무에 따른 활동 중단 위험을 극복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며, 이는 향후 케이팝 그룹의 안정적인 성공을 위한 중요한 레시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0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는 외국 관광객은 한국 관광의 새로운 기록이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전통적인 관광 대국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의 밝은 미래를 예고한다. 거리에서 한국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이 미디어 소비를 넘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관광 유튜버들의 생중계 카메라가 단순히 즐거운 거리 풍경뿐만 아니라, 명동, 광화문 등지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혐중 시위를 전 세계로 송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사회의 이면에 놀라움을 표하게 만드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이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콘텐츠 내부에 내재되거나 해석될 수 있는 모든 인종주의적 감수성과 표현들에 세계적인 한류 애호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케이팝 팬덤 내부에서는 이미 새로운 남성성,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과는 다른 부드러운 남성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아이돌 문화는 청년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케이뷰티에 대한 미백 중심의 논의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서 성 정체성과 피부색으로 표현되는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건강한 논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한류 연구자로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한류 소비자들이 한국 콘텐츠와 그 생산 국가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압축 성장 사회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도 인간성의 상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선진국 시청자들에게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의 사례가 극복의 모델이 된다.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 새로운 가치에 대한 담론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한류의 매력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위태로움은 우리 내부의 차별에 존재한다. <오징어게임>에서 나타나는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청년경찰>의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연결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논란은 현실 속 미투 운동 및 퀴어 퍼레이드 논쟁과도 닿아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거리에서 마주치는 과격한 혐중 시위는 한류 팬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충격적인 순간이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는 특징을 가지며,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이다. 따라서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 돌봄과 겸손,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된다. 케이팝 그룹과 팬들의 관계, 콘텐츠 속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또한 이러한 맥락과 상통한다. 한류는 특정 국가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기에, 차별과 배제의 담론이야말로 한류의 최대 적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홍석경 센터장은 한류의 미래를 위해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시장 성장도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문화 현상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