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외교가 국제사회의 편 가르기 양상과 궤를 같이하며 ‘이념 중심’으로 흐르면서, 정작 국민의 실질적인 이익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전 정부의 외교 기조는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이익 증진에 기여하는 동시에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외교 정책은 남북 관계의 단절,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 러시아와의 비우호적 관계를 초래하며 한반도의 평화롭고 안정된 안보 질서 구축이라는 국익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해외 진출 기업과 교민들의 이익 또한 침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부조리를 시정하고 합리적인 외교 정책을 시행하여 국익 증진을 향한 ‘실용 외교안보’ 기조를 확립하고자 한다. 이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당연히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이미 국제 사회의 최강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대외 정책을 수십 년간 펼쳐왔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를 사실상 추구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중국 우선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4위 경제 대국이자 2050년 이전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것이 확실시되는 인도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우호 외교를 펼치며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는 등 국익 증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 역시 당당하게 ‘한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구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국익 증진을 위한 실용 외교안보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질서의 확립과 국민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인재 육성, 첨단 기술 개발, 경제력 향상 또한 필수적이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주 국방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자강력을 증진하고 국방력을 키워 정예 강군을 건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2·3 비상계엄에 동원되었던 군을 개혁하여 문민 통치를 확립하고,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첨단 장비로 무장시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예 강군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자주 국방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정찰 감시장비를 갖추며 작전기획 및 지휘 능력을 조속히 구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미 동맹을 견실히 유지하고 대북 억지를 확고히 지키는 한 치의 빈틈없는 국가 안보 태세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 하에 전작권을 국군이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확고한 안보 태세를 기반으로, 이전 정부에서 대북 강경 일변도 기조로 인해 완전히 단절되고 무너진 남북 관계를 국익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정상화해야 한다. 남북 관계를 화해·협력 관계로 재정립하고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하다면 호혜적으로 공동 성장하는 평화 경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경제 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실용 외교를 통해 주변 4강국과의 관계를 최적화해야 한다. 또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 더불어 재외 국민과 동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전방위 실용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 목표와 전략을 합리적으로 설정했더라도, 현실적인 환경과 여건이 녹록지 않기에 정부는 많은 난관을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군과 검찰은 잘못을 성찰하고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고 자강력을 증진하며 확고한 국가 안보 태세를 갖추면서 전작권을 성공적으로 전환받는 과제도 안고 있다. 체제 경쟁에서 뒤처진 북한은 여간해서는 남북 대화 재개와 관계 정상화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남북 간 신뢰 구축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가되, ‘좋은 관계’로 직행하기 어렵다면 일단 적대 관계 해소와 ‘나쁘지 않은 관계’부터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북미 대화가 먼저 시작될 경우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한미 동맹을 건실히 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구축에 대한 주변 강국들의 협력을 구축하여 북한이 결국 대화와 화해를 거쳐 호혜적 협력에 호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한미 동맹 관계를 대외 전략의 주축으로 유지하고 첨단 기술 및 우주 동맹으로 발전시키면서, 개선된 자강력을 기반으로 미국의 동맹 관계 조정 요구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동북아에 신 냉전 구도를 구축하려 하더라도 이에 순응하기보다는 21세기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 정신에 맞는 국제 및 지역 협력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함께 추구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은 유지하되 국익에 입각해 추진해야 하며, 한일 관계 역시 영토와 과거사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은 미래 지향적으로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그간 불편했던 한중 관계는 10월 시진핑 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완전히 회복해야 한다. 비우호 관계로 전락한 한러 관계 또한 진출 기업들과 교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전쟁이 끝나는 대로 관계를 정상화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후, 환경 등 신 안보 의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공적 개발 원조(ODA) 사업을 견실히 증진하며 다양한 다자 협력 외교와 함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교량국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동시에 해외 교민과 동포 이익 증진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전방위 우호 협력을 도모하는 실용 외교야말로 국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증진할 수 있는 대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