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이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방식으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발전과 자치분권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하며 ‘지방 주도 균형발전’과 ‘책임 있는 지방분권’을 새로운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과거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자치분권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을 하나로 연계·통합함으로써,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비전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공간적 분산 정책, 광역경제권 형성을 통한 지역 경쟁력 강화, 지역 생활권 단위의 삶의 질 개선, 그리고 지역의 자립 기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50%를 넘어섰으며, 일자리와 인구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화되어 지방 소멸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현실 진단은 현행 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7월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제정하고,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하여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더불어 지방시대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정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개편하는 등 법·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정부는 중앙부처, 17개 광역시·도, 그리고 4+3 초광역권이 힘을 합쳐 자율, 공정, 연대, 희망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종합계획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통합한 국내 최초의 계획으로,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라는 5대 전략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방시대의 성공을 견인할 핵심 프로젝트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를 유치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24년 1차와 2차 지정을 통해 14개 광역시·도에서 총 74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교육발전특구는 전국 56곳이 지정되어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지역 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그리고 지역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심융합특구, 로컬리즘에 기반한 문화 특구, 첨단전략산업 거점 육성 사업 등 다양한 정책들이 중앙과 지방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지방시대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지방시대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지역 주도의 분권형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 감소 문제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체감형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지방시대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가 중앙 정부에 전달되는 역제안(bottom up)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역이 자율성을 가지고 지방시대를 주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권한 이양과 규제 특례 추진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제들이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등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통해 해결될 때, 대한민국의 지방시대 구현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