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연이은 관세 부과 조치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기업들의 고충을 분담하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그리고 5대 금융지주는 지난 ‘25.9.3.(수)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 관세 대응 정책금융-금융지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한 다각적인 금융지원책을 논의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이번 간담회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부기관장 및 5대 금융지주 CSO 등이 참석하여,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주력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기관별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금융권이 이미 올해 초부터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여 선제적인 지원을 실행해 왔음을 밝혔다. 5대 정책금융기관은 1차 추경을 통해 약 21.6조 원의 지원 역량을 확충했으며, 8월 말까지 약 63조 원을 이미 지원했다. 또한 5대 금융지주 역시 자체적으로 수출기업 유동성 지원 및 금융비용 감면 등에 8월 말까지 약 45조 원을 지원하며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권 부위원장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 고율 관세(25%)를 피하고 경쟁국 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15% 관세 부담과 철강·알루미늄(50%) 등 407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추가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지속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생존’ 지원을 넘어, 피해 기업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든든한 기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철강, 석유화학 등 관세 피해가 큰 전통 수출 산업에 대해서는 위기 대응을 위한 수출 다변화,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 구조로의 재편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관세 부과로 인해 직간접적인 큰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과 국내 협력업체들에게는 긴급 경영안정자금의 추가 지원과 함께 수출 경쟁력 강화, 해외 시장 다변화, 대기업 등과의 상생 협력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논의된 주요 정책금융 지원 방안으로는 ’26년까지 총 172조 원 규모의 지원이 예정되어 있다. 이 지원은 경영애로 해소(36.3조 원), 수출 다변화(33.3조 원), 산업 경쟁력 강화(91.5조 원), 사업재편 기업 지원(11조 원)의 4대 분야에 집중된다. 특히 관세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위기대응지원 특별프로그램”이 주목받았다. 한국산업은행은 지원 대상을 관세 피해 기업에서 수출 다변화 기업까지 확대하고 지원 한도를 10배 증액하며 금리도 기존 최저금리에서 △0.5%p 인하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지원 대상을 신용등급 열위 기업에서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대·개편하고 최대 2.0%p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관세 피해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 대상 “위기대응 특례보증” 프로그램의 신속 집행을 위해 평가 절차 및 제출 서류를 간소화한다. 중소기업은행은 전국 640여 개 지점을 통해 ‘금융애로 상담창구’를 운영하며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에 상담을 제공하고,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체 수출 시장 발굴, 원가 절감을 위한 수익성 분석 등 맞춤형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미국발 관세 부과 등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수출 기반 주력 산업의 사업 재편 및 재무 건전성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6호) 조성을 추진한다. 이 펀드는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산업의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지원하며, 원활한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후순위 출자 비중을 확대하고 주력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관련 기업과 협력업체를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5대 금융지주 역시 ’26년까지 총 95조 원을 지원하며, 연초부터 8월 말까지 약 45조 원을 공급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금리 부담 경감, 수출·공급망 지원, 혁신 성장 지원, 대기업 상생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지원 상품을 출시했다. KB금융은 R&D 투자, 판로 다변화, 사업 구조 재편 등을 적극 지원하며 피해 기업과 유관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에는 도전과 혁신을 위한 자금 지원 및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현대차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자동차 산업 수출 기업을 맞춤 지원하는 등 외국환 전문성을 활용하여 수출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관세 피해 기업들이 신속하고 끊김 없는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수출 기업 전용 상품 개발 및 수출 지역 다변화를 위한 전문 컨설팅 지원 등 비금융 분야에서도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금리 인하 등 직접적인 금융 지원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을 병행하고, 농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김병칠 부원장은 금융권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중소기업 애로 상담센터를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금융 지원에 있어 숫자만큼이나 절박한 피해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금융권의 책임 의식을 당부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도 피해 기업 및 금융권과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