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국가유공자가 가족관계 변동으로 인해 지급받았던 보훈급여를 환수당한 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이 내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8월 1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재결을 통해 국가보훈부의 환수처분을 취소하며 고령 수급자의 생계 안정과 권익 보호에 무게를 두었다.
이번 행정심판의 청구인은 전상군경으로 인정된 미혼의 고령 국가유공자이다. 그는 2009년부터 자신을 부양할 자녀가 없는 국가유공자에게 지급되는 무의탁수당을 받아왔다. 그러나 작년 12월, 혼외자녀를 법적으로 인지하면서 민법 규정에 따라 가족관계가 소급하여 변경되었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가족관계 소급 변경에 따라 무의탁수당 지급 사유가 소급하여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된 보훈급여 1,062만 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청구인은 이러한 환수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국가유공자법은 보훈급여 지급 사유가 소급하여 소멸할 경우 이미 지급된 급여를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환수의 원인이 급여를 받은 당사자의 책임과 무관할 경우에는 환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익과 급여 수급 당사자의 불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환수처분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심리하며 몇 가지 주요 논거를 제시했다. 첫째, 무의탁수당 지급 신청 당시 청구인은 가족관계증명상 자녀가 없어 수당 지급 요건을 충족했으며, 자녀들을 인지하기 전까지 그들로부터 실질적인 부양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 또한 자녀를 인지한 후 즉시 보훈지청에 신고했으므로, 청구인에게 부정수급 의도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둘째, 민법 제860조의 인지 소급효 규정은 본래 피인지자인 자녀의 상속권 등 민사상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이므로, 이를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국가유공자법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셋째, 청구인은 77세의 고령으로 지병을 앓고 있으며, 생계 전부를 보훈급여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환수하라는 것은 청구인의 생활 안정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러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환수처분으로 달성되는 공익보다 청구인이 입게 될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훈부의 환수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고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위원회는 청구인이 민법상 법률 효과로 인해 공법 영역의 보훈급여금 환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단순히 민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이미 지급된 보훈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결은 민사법상의 신분 변동이 공법 영역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고령 수급자의 실질적인 부양 관계 등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생활 안정과 권익 보호를 우선시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앞으로도 불합리한 환수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법령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