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이상기후와 이어짓기로 인한 병해충 발생 증가로 배추 수급 불안정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봄철 저장 물량이 소진되는 9월 중순 이후 추석 수요까지 겹치면서 배추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농가 경제와 소비자 물가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기존의 고랭지 배추 재배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해발 600m 이상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여름 배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농촌진흥청은 해발 400~600m의 준고랭지에 여름철 고온에서도 잘 견디는 배추 품종인 ‘하라듀’를 재배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더 나아가, 준고랭지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 조건(고랭지 대비 1~3℃ 높음)에서도 배추 생산이 가능하도록 저온성 필름, 미세살수, 생리활성제 등 고온 경감 기술을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종합 기술을 적용한 결과, 준고랭지에서 재배된 배추는 무더운 7월에도 고온 피해 없이 안정적으로 생육했으며, 하나당 평균 무게 3kg 이상을 기록하며 양호한 품질을 보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수확 시기가 기존 10월 초중순에서 9월 중하순으로 한 달 가량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는 봄철 저장 배추가 소진되고 추석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맞춰 안정적인 배추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10아르(a)당 7톤 이상의 생산량을 기록하며 기존 고랭지 평균 생산량(5.2톤)을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보였다. 경제성 분석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수확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농가 소득이 10아르(a)당 419만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농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실증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9월 10일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준고랭지 실증 재배지에서 현장 평가회를 개최하여 농가, 관계 기관, 연구자들과 함께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대한민국김치협회와 협력하여 조기 출하된 배추로 김치를 담가 품종별 식감, 맛, 가공 적합성 등을 평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의 배추 생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준고랭지 배추 재배 후보지는 총 967헥타르(ha)로 파악되었으며, 이 중 기계화와 물 빠짐이 양호한 100헥타르(ha)를 선발하여 준고랭지 여름 배추 생산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 옥현충 과장은 “준고랭지 조기 출하 재배 기술을 보강하고 주산지 보급을 확대하여 여름 배추 수급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 정책 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준고랭지 생산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안정적인 배추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