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종묘, 개발 속에서도 영원히 보존되는 길
서울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이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는 우려가 커진다. 고층 건물 개발로 종묘의 경관을 훼손하고, 중요 매장유산 보호 방안도 미흡하며,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이 문제의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법과 원칙’에 따른 투명한 절차 이행이다. 기존 협의된 높이 기준을 준수하고, 매장유산 보존 방안을 완벽히 구체화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즉시 실시한다면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서울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이룬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과 관련해 종로구가 보낸 통합심의 협의 문서에 대한 검토 의견을 회신하며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현행 계획은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건축물 최고 높이 상향이다. 서울시와 종로구, 국가유산청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협의해 세운4구역 최고 높이를 71.9m 이하로 조정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 고시는 이를 무시하고 최고 145m 이하로 상향해 재개발을 추진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변경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종묘의 역사적 경관과 고유한 가치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매장유산 보존 문제도 심각하다. 세운4구역 발굴조사에서는 조선시대 종묘와 관련된 도로, 배수 체계 등 중요 매장유산이 다수 확인됐다. 현재 임시 보호 조치된 상태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SH공사가 제출한 매장유산 보존 방안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서 보류됐다. 아직 재심의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법률적으로 발굴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법령상 매장유산에 대한 현지 또는 이전 보존 결정,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국가유산청장의 발굴조사 완료 조치 없이는 공사 추진이 불가능하다. 이는 법정 절차의 명백한 미이행에 해당한다.
국제적 기준 위반 우려도 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종묘 앞 재정비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 서울시가 오는 30일까지 회신하지 않으면 유네스코는 해당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공유하고 현장 실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이 세계유산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필수 절차다. 이 평가 없이는 개발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명확한 길을 제시한다. 기존 조정안을 토대로 통합심의를 재검토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결과를 반영한 최종 설계도서로 심의를 진행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발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개발이 법적,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며 지속가능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개발과 보존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과 국제 기준에 따라 책임 있게 사업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러한 해결책들이 적용된다면,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은 법적, 국제적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추진될 수 있다. 세계유산 종묘는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고, 매장유산 역시 합당한 방식으로 보호된다. 동시에 세운4구역은 미래 지향적인 도시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서울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범적인 개발 사례로 국제사회에 인정받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서울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