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피해 사실 입증의 어려움과 낮은 보상 수준으로 인해 고통받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법체계로는 기술탈취 피해 기업이 불리한 소송 환경에 놓여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포함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하며,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피해 기업이 겪는 고충을 덜어주고,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기술자료, 특허,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피해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마련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와, 진술 녹취 및 자료 파기를 금지하는 ‘자료보전명령 제도’가 도입된다. 또한, 법원이 행정기관에 행정조사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신설되며, 디지털 증거자료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조사 거부 시에는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행정조사 단계에서도 사건 접수 시 익명 제보를 허용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별도 신고 없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직권 조사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술탈취 빈발 업종 중심의 직권 조사를 강화한다. 조치 단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행정조사 제재 수준이 시정명령까지 가능하도록 개선되고,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도 추진된다.
기술탈취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강화하기 위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도 개선된다. 현행법상 인정되는 손해액이 피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침해당한 기술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소송에서 기본적인 손해로 인정된다. 또한, 피해 기업의 연구개발비 산출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증거 활용을 위해 정부 R&D 과제 연구개발비 정보가 활용될 예정이다. 손해액 산정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법원이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촉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며, 기존의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이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로 확대 개편된다.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정보들은 기술보호 정보 온라인 플랫폼인 ‘기술보호 울타리’로 통합 관리된다.
기술탈취 예방을 위한 실효성 강화 노력도 병행된다. 부처 합동 기술보호 설명회가 연 5회로 확대 개최되고, ‘찾아가는 기술보호 교육’이 신설되어 정책 홍보가 강화된다. 지하철역 전광판, 라디오 광고 등 다양한 홍보 수단을 활용하여 정책 활용도를 높이고 기술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부처별 맞춤형 기술보호 컨설팅과 교육 지원도 확대된다. AI를 활용한 자동화된 영업비밀 분류 및 유출방지 시스템 구축 지원, 국가핵심기술 보유 중소기업에 대한 보안설비 구축 지원도 이루어진다. 또한, 중소기업 R&D 수행기업 중 정부출연 10억 원 이상 연구과제에 대해 조기경보 모니터링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기술임치 건수는 2030년까지 3만 건으로 확대되고,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청 원본증명서비스도 추진된다.
이와 더불어, 기술탈취 근절 추진 체계 효율화를 위해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과 ‘중소기업 기술분쟁 신문고’가 신설된다. 이를 통해 피해 중소기업들이 어느 부처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민원 연계를 통한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진다. 특허청과 경찰청의 기술경찰 조직 및 인력이 확충되고, 기획·인지 수사 및 집중 단속이 강화된다. 행정조사 사건 중 추가 범법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수사기관에 이관하는 ‘패스트트랙’이 운영되며,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피해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초동 지원도 강화된다. 특허청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는 대구·부산 지방법원까지 조정을 확대하고, 조정 연계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중소기업 기술분쟁조정 제도에는 1인 조정부가 신설되어 소액 사건의 신속 처리가 가능해지며, 직권조정 도입으로 이유 없는 조정안 거부 시 직권 결정도 가능해진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러한 대책들이 공정과 신뢰에 기반한 경제 환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부처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정책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