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으로 촉발된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관광공사는 올 상반기 외래관광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하며, K-컬처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제는 K-컬처라는 현상을 넘어,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의 근본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의미를 부여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인에게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의 대표적인 유산 중 하나로 조선백자를 꼽을 수 있다.
조선백자는 단순한 도자기를 넘어, 시대를 앞선 기술력과 독창적인 미학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야 할 문화유산이다. 이미 고려 시대인 10세기부터 뛰어난 청자를 제작했던 우리나라는 12~13세기까지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특히 고려청자에 이어 조선 시대에는 백자 생산에 주력했다. 이러한 백자 수요의 증가는 1467년 경기 광주에 왕실과 중앙 관청용 백자 생산을 전담하는 분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 된다. 이는 분원 설립 이전에도 전국에 흩어진 136곳의 자기소와 185곳의 도기소를 통해 백자 생산이 활발했음을 방증한다. 왕실의 지원 아래 400여 년간 지속된 광주 분원의 역사는 조선백자가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는지를 보여준다.
조선백자의 위대함은 유럽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유럽에서 최초로 백자가 제작된 것은 1709년 독일 마이센에서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 도자 기술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칭할 정도로 일본 도자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조선백자의 독창성과 기술력을 증명한다. 일본의 백자 생산이 조선에서 끌려간 도공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찻잔에서도 조선백자의 지혜와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인사동에서 발견된 물고기 그림이 그려진 찻잔은 조선 시대 ‘백자다명제기(白磁茶銘祭器)’에서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찻잔의 안쪽 바닥에 새겨진 ‘茶’라는 글자는 용도를 명확히 하며, ‘수(壽)’, ‘복(福)’ 등의 문자를 새겨 복을 기원하는 방식 또한 조선시대 찻잔과 그릇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통이다.
조선백자는 화려함이나 정교함으로 무장한 중국이나 일본 백자와는 차별화되는 고유한 매력을 지닌다. 은은하면서도 소박한 자연미는 조선백자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다. 단순한 흰색이 아닌 우윳빛, 눈 같은 빛깔, 회색빛, 푸른빛 등 다채로운 색감은 ‘두 귀 달린 잔’과 같이 동일한 형태의 찻잔에서도 각기 다른 백색을 띠게 하여 개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다양성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지점이다. ‘케데헌’이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듯이, 조선백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노력이 우리 삶의 문화 전반에 걸쳐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