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국방부장관기 태권도대회 개최 소식이 전해졌지만, 군 내 태권도 저변 확대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2년부터 국군의 날 기념행사 일환으로 시행된 이 대회는 군인부, 중·고등부, 대학·일반부 등 3,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국내 3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다. 올해 대회 역시 9월 12일부터 20일까지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겨루기, 품새 종목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군인부 경기 운영 방식은 엘리트 선수 위주의 대회에서 벗어나 군 내 태권도 활성화라는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작년에 시범 종목이었던 품새 남·녀 혼성전과 비선수 장병이 참가하는 품새 5인조 단체전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고, 품새 여군 개인전 출전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출신 위주의 엘리트 대회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인부 경기의 경우, 겨루기(남군 8체급, 여군 4체급, 남자 단체전)와 품새(남녀혼성, 여군 개인전, 남군 5인조, 비선수 5인조) 종목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결과 지상작전사령부가 우승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는 ‘선수’로서의 기량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방증한다. 궁극적으로 군 장병들의 태권도 수련을 통해 전투 체력과 정신력을 강화하고, 태권도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본래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회 개최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한계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태권도 시범단 시범, 군악·의장대 공연, 모병 홍보 부스 운영 등은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군 장병들의 태권도 참여를 실질적으로 독려하고 수준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태권도 수련을 통해 장병들의 전투 체력과 정신력을 강화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체육 활동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대회의 운영 방식은 이러한 약속 이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군 내 태권도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엘리트 대회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장병이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