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뿐만 아니라 투자자 보호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나아가 중대재해 예방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이에 발맞춰 금융위원회는 중대재해와 관련된 금융 리스크 관리 세부 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사고 발생 후 제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이전의 예방 노력과 사고 발생 이후의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즉, 중대재해 예방에 힘쓰는 기업에게는 우대 조치를 제공하고,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양방향 대응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기업의 향후 영업활동이나 투자수익률, 예를 들어 주가 하락과 같은 과거와는 다른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금융 부문은 건전성 유지 및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세부 방안을 통해 대출, 보험, 정책금융, 자본시장 공시 및 평가 등 금융의 모든 부문에 걸쳐 중대재해 관련 금융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은행 대출 부문에서는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 항목에 명시 반영하고, 중대재해가 포함될 경우 한도성 대출 약정의 감액 및 정지 요건을 모든 은행권으로 확대 적용한다. 또한, 주택도시기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심사에서는 부실 시공 및 안전 사고 관련 기업 평가 감점 제도를 강화한다. 기존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5점 일률 감점이었으나, 앞으로는 5점에서 10점 차등 감점이 적용되며, 심각하거나 반복적인 경우에는 평가 등급 하향 및 보증 제한까지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안전 관리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보증료율을 우대하는 조치도 확대된다.
보험 부문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대재해 발생 시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건설 공사보험, 공사 이행 보증 등의 보험료율이 최대 15%까지 할증될 수 있다. 반대로, ISO 45001과 같은 안정성 공인 인증을 획득한 기업 등 안전 관리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5%에서 10% 할인될 예정이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안전 설비 신규 투자 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 우대 상품이 신설되며, 안전 우수 인증 기업에게는 금리, 한도, 보증료 우대 상품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은 안전 관련 신규 시설 투자 기업에 대해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0.8%p 금리를 우대할 계획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사실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 판결 시 관련 내용을 거래소에 수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또한, 중대재해 발생 시 현황 및 대응 조치 등을 사업보고서 및 반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하여 정기 공시를 강화한다. 현재는 중대재해 관련 형벌 및 행정상 조치 사항만 공시 대상이었으나, 앞으로 공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다.
ESG 평가 및 스튜어드십 코드 측면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ESG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ESG 평가 기관의 가이던스에 관련 근거가 명시될 예정이다. 또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 판단 시 중대재해 발생을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및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예정이다. 개정된 내용에는 ‘사회적 신용’이 스튜어드십 코드 고려 요소로 포함되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중대재해 등 노동 관련 법 위반이 사회적 신용에 포함됨을 명시한다. 이러한 금융 부문의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와 예방 노력 강화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금융적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안전한 사업 환경 조성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중대재해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