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팔라완 섬의 풍부한 생물다양성 보전과 한-필리핀 간 생물다양성 연구 협력 강화라는 중대한 과제가 한국의 지원으로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 과제는 팔라완 지역의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밀도와 50% 이상 보존된 원시림 덕분에 200종이 넘는 고유종을 포함한 경이로운 생물다양성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한 현지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필리핀 팔라완섬 푸에르토프린세사시에 생물표본실을 개소하며, 양국의 생물다양성 연구 협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생물표본실 개소는 2018년 6월 국립생물자원관과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가 체결한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이자, 2025년 3월 국립생물자원관과 팔라완주 푸에르토프린세사시가 맺은 ‘필리핀 생물표본실 설치를 위한 합의서’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이 표본실은 팔라완의 풍부한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하기 위한 핵심 시설로서, 국립생물자원관은 필리핀 측이 제공한 부지와 건축물에 국제 규격에 맞는 밀폐형 표본장과 온습도 유지를 위한 최신 제습기, 냉방기 등 첨단 장비를 설치하여 제공한다. 이는 팔라완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걸음이다.
개소식에는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시, 팔라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필리핀 로스바뇨스대학교 등 관련 주요 기관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석하여 생물표본실 개소에 대한 높은 관심과 감사를 표했다. 더불어,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개소를 기념하여 필리핀과 공동으로 진행한 팔라완 지역의 조류, 양서·파충류, 어류, 곤충, 식물, 균류 등 총 298종의 정보가 담긴 ‘팔라완 생물다양성 도감’ 300여 권을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에 기증했다. 이 도감은 향후 필리핀 정부 기관, 연구 기관, 대학 등에서 팔라완의 생물다양성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국립생물자원관은 2019년부터 필리핀과 함께 추진해 온 ‘생물다양성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총 8명의 현지 연구원을 양성했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정책 관련 공무원 및 대학 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향후 필리핀 생물다양성 공동 연구와 생물표본실 운영에 있어 양국 협력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지구 생물다양성 보전과 유엔의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이행을 위해 생물다양성 국제협력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팔라완 생물표본실 개소를 시작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생물다양성 공동연구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팔라완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은 물론, 국제사회의 생물다양성 증진 노력에 기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