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들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계청이 9월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연간 자살자 수는 14,872명으로 전년 대비 894명(6.4%)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4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나타내는 자살사망률은 29.1명으로, 전년 대비 6.6%(1.8명) 상승하며 심각성을 더했다. 국제 비교를 위한 연령표준화 자살률 역시 26.2명을 기록하며 OECD 평균 10.8명 대비 2.4배 높은 수치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불명예를 안았다.
이러한 자살률 증가는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생애 전환기에 놓인 중장년층이 겪는 실직, 정년, 채무, 이혼 등 다양한 어려움과 함께 유명인의 자살 및 이를 둘러싼 자극적인 보도, 그리고 지역 사회의 정신건강 및 자살 대응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한다. 더불어 과거 외환위기나 대형 재난 이후 일정 시차를 두고 자살률이 급증했던 사례들을 미루어 볼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사회경제적 여파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9월 12일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전략은 우리나라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추진 방향과 구체적인 과제를 담고 있다. 핵심적인 추진 과제로는 자살 시도자에 대한 긴급 위기 개입 강화가 포함된다. 현행에는 경찰·소방의 정보 연계나 응급실의 요청 시에만 개입이 가능했으나, 향후 ‘자살예방법’ 개정을 통해 응급실 정보 자동 연계 및 정보 입수 즉시 긴급 출동·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개선될 예정이다.
더불어 범부처 취약계층 지원기관 간의 연계 체계 구축도 주요 과제로 추진된다. 취약계층 지원기관 상담 과정에서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를 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연계하여 고위험군의 조기 발굴 및 원스톱 복합 고충 해결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자살예방관을 지정하고 전담 조직 및 인력을 보강하며,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살 상담 전화 실시간 분석 및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차단 등 기술적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대책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범정부적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범부처 자살예방대책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여 자살 예방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2024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자살률이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의 성공적인 이행이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