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신남방정책의 확대 및 심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수출 다변화와 더불어 디지털 및 공급망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변화하는 국제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역내 경제 안정을 도모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 및 「RCEP 장관회의」에 참석하여 이러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 신정부의 아세안 중심 신남방정책을 소개하고, 교역 및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급망, 탄소 감축이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되었다.
특히, 한국과 아세안 간의 경제협력 확대는 「한-아세안 FTA」의 개선을 통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 FTA를 디지털, 공급망, 탄소 감축 등의 새로운 통상 규범을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논의는 미래 지향적인 협력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발표된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디지털 규범 마련만으로도 한-아세안 디지털 무역 규모가 최소 220억 달러 이상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디지털 고속도로”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고, 디지털 무역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디지털 협력을 위한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강화, 공급망 협력을 위한 TASK 사업 및 첨단 산업 표준 협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분야 전기 안전 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인 경제 협력 프로젝트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더불어, 아세안 공무원의 통상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아세안 공무원 통상아카데미」 제안은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으며 향후 실질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RCEP 장관회의」에서는 전 세계 GDP, 인구, 교역량의 약 30%를 포괄하는 세계 최대 FTA인 RCEP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다. 최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RCEP이 글로벌 다자 통상 체제의 안정적인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이에 따라 RCEP의 외연 확대를 위한 신규 가입 절차 개시, 디지털 및 청정 경제와 같은 신통상 규범 도입을 통한 내연 강화, 그리고 역내 기업들의 RCEP 활용도 제고를 위한 이행 과제 추진이 제안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요국과의 양자 회담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미국, EU,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과의 회담에서는 관세 협상 후속 협의, FTA 체결 및 개선, 그리고 우리 기업의 수출 및 투자 애로사항 해소 방안이 논의되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는 「한-말레이시아 FTA」의 연내 타결을 합의하고 영화 공동 제작 협정 추진을, 싱가포르와는 공급망, 그린 경제, 무역 원활화 등을 중심으로 선진화된 FTA 개선을 통해 Rule-Based 통상 질서의 모범을 제시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 및 「RCEP 장관회의」 참석은 아세안 지역과의 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미래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한 협력 강화는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역내 경제 안보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