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선박기자재의 인증 문제이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 시 요구되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는 국내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미국선급협회(이하 ABS)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국표원의 김대자 원장과 ABS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존 맥도날드는 지난 9월 26일, 조선 분야의 표준 및 적합성평가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협력의 핵심은 바로 국내 조선기업들이 해외, 특히 미국 국적 선박에 사용되는 기자재에 대한 적합성평가를 보다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국표원은 앞서 지난 4월부터 ABS와 실무회의를 진행했으며, 8월에는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 시험 및 인증 기관들이 ABS의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왔다.
그 결과, ABS는 국표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가 인정한 공인시험기관에 한해 ABS 지정 시험기관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동의했다. KOLAS는 시험 및 인증기관이 국제 기준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공인기관으로 인정하는 국표원 내 조직이다. 이번 MOU 체결로 인해 국내에서 ABS의 지정을 받은 시험기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기자재 제조사들이 더욱 손쉽게 ABS 인증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기존 기자재 인증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조선업계의 거대한 흐름인 탈탄소화와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고부가가치 미래선박과 관련된 표준화 협력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이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규 선박 및 기자재에 대한 국제 표준을 선점하고, 관련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이번 MOU를 계기로 우리 조선 기술의 국제 표준화와 선급 규칙 반영, 그리고 시험 및 인증 등 적합성평가 분야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조선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