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동 위기 속 에너지 절약보다 소비 유지 선택

By 이경섭2026년 4월 8일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고유가와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유 방출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에너지 절약과 소비 억제 정책도 일부 시행하고 있으나, 절약보다는 소비 유지 전략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총리 주재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통해 거시경제·물가, 에너지 수급, 금융 안정, 민생 복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석유와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 자원의 수급 안정을 위해 주요 산유국에 대한 아웃리치를 강화하고 홍해 통항을 지원하며 기업의 대체 물량 확보를 돕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 필수산업, 생활 필수품 등에 원료가 최우선 공급되도록 관리해 나가고 있다.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며, 피해기업 대상 정책금융기관(24.3조원), 민간금융권(53조원+α), 자금지원 프로그램의 지원대상과 규모를 선제적으로 검토·협의하고 있다. 채권·자금시장 안정프로그램(100조원+α) 확대 방안도 필요시 즉각 시행할 예정이다.

에너지 절약 조치에 대한 국제적 권고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나왔다. IEA는 중동사태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 증산과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부족하며 수요 감축(에너지 절약)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부담 완화와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기업, 가계가 즉시 취할 수 있는 수요관리 및 에너지절약 조치를 촉구했으며, 재택근무 확대, 대중교통 이용 확대, 카풀·공유차·에코드라이빙 장려, 불필요한 항공 여행 자제 등을 통해 차량 연료 감축을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리적 고립성과 높은 수입의존도로 인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공급 중단이 재정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격'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 수준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세제 지원과 동시에 국민적인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수반되는 것은 국가적 자구책으로서 필수 조치 사항이다.

유럽 국가들은 인접국과 전력망 및 가스관이 연결되어 있어 위기 시 상호 협력이 가능한 구조이나,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에너지 섬'과 같은 상황이다. 자국의 지리적·경제적 여건과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재정지원, 대체 수입선 확보뿐만 아니라 에너지절약을 병행하는 것이 안정적인 국가 시스템 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현재 시행 중인 에너지 절약 조치는 IEA의 권고에 따른 것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수급 위기를 완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절약보다는 소비 유지 전략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의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향후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수급·가격 안정 대책을 마련하여 에너지 위기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