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세계유산위 ‘부산 선언’ 협력 원칙 새로 담았다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채택한 ‘부산 선언’에 기존 5대 전략 목표에 ‘협력’을 여섯 번째 원칙으로 추가했다. 갈등이 깊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세계유산 보호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By 한재원2026년 7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은 그동안 신뢰성, 보존, 역량 강화, 소통, 지역사회 등 다섯 개 전략 목표(5C)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부산 선언은 여섯 번째 항목으로 협력(Collaboration)을 더했다. 앞의 다섯이 유산을 지키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면, 협력은 그 방법을 누구와 함께 실행할 것인가를 묻는 원칙이다.

부산 선언의 배경에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드러난 국제 갈등이 자리한다. 우크라이나 유산이 위험 목록에 오르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유산이 뒤를 이었다.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당사국 간 상호 비난이 오갔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프레아 비히어 사원은 협력의 상징에서 갈등의 장소로 변했다. 세계유산위원회조차 전 세계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협력 원칙은 협약 자체에 이미 담겨 있던 정신이다. 협약 제4조는 각국이 자국 영토 내 유산을 보호할 1차적 책임을 지면서도 국제적 원조와 협력을 최대한 얻어 최선을 다하라고 명시한다. 부산 선언은 이 원칙을 갈등이 일상이 된 오늘의 언어로 다시 꺼내 놓은 것이다.

이화종 한양대 박물관 연구교수는 “국제 협력에서 출발한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을 계승해 공동의 책임과 연대를 강조했다”며 “대한민국도 이를 실천하는 글로벌 협력의 중심 국가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집트 누비아 유적 보호 운동에 기념우표 발행과 판매 대금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운동은 한 나라 영토 안 유산을 인류가 함께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보여 준 사례로, 이후 세계유산협약 제정의 토대가 됐다. 대한민국은 1988년 협약에 가입했고, 2026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유치했다.

부산 선언은 무력 분쟁, 기후변화, 개발 압력 등 세계유산을 둘러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공동의 책임을 제안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며 선언 채택을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유산 분야에서 협력을 넓히기 위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 나가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