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관 재제청 입장 발표 유보…조희대 출근길 침묵으로 일관

대법원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를 4일 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께 언론 공지를 통해 "대법관 제청과 관련, 현재 사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오늘 별도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6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면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입장 발표 시점이 오늘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은 채 청사로 진입했다. 대법원은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속히 알리겠다"고만 덧붙였을 뿐 구체적인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서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하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후보를 임명 제청한 것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절차 원칙을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고, 여당 법사위 간사 김승원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오는 31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출석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명시된 대법원장 제청권을 부정하고 침해한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맞받았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 당일인 지난달 28일 퇴근길에 "다음 주 중에 정리가 되면 알리겠다"며 이번 주 내 공식 입장 발표를 예고했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부친상을 당해 나흘간 휴가에 들어갔고, 지난 3일 업무에 복귀했으나 "그동안 업무 관계로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며 사실상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당일부터 후속 방안 검토에 착수했지만, 조 대법원장의 부재로 최종 안건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대법원이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새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추천하는 방식과, 기존에 추천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3명 중에서 재제청하는 방식 두 가지로 좁혀진다. 대법원이 발표 시기를 미루면서 입장은 이르면 다음 주 나올 것으로 보이나, 어떤 방식을 택하든 사법부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 검토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빈 자리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