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우디 송유관 피격에 유가 급등…정부, 비축유 스와프 가동

By 서민준2026년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이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홍해 연안 얀부 항으로 원유를 보내는 핵심 수송로다. 사우디 정부는 피해 규모와 재개 시점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08.4달러까지 급등했고, 14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02% 오른 105.68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8% 오른 102.87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송유관 피격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차질을 빚던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마지막 안전장치까지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수일 내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 세계 공급량의 최대 4%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얀부 항의 원유 비축량은 기존 수출 물량 기준 5~7일치에 불과하며, 이집트 아인 수크나와 시디 케리르 비축 시설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복구 시점을 두고 완전 정상화까지 5~6주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과 수리와 병행해 수일 내 부분 양수가 가능하다는 신중론이 엇갈린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공급 차질에 대비해 14일 산업통상부 주재로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중동 위기 초기부터 운영해온 민관 소통·점검체계를 통해 사우디 송유관 재개 현황을 지속 점검하고, 수에즈운하 등 우회항로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지난 8월 24일 재시행한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를 비롯한 가용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정부와 정유·해운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며 수급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다변화 운임차액 지원도 확대해 대체물량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유업계는 7~8월 도입 원유를 전년 대비 100% 이상, 9~10월 물량도 90% 이상 확보한 상태라 단기적으로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도 사우디 송유관 재개 현황과 함께 홍해 해상 위협 지속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중장기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송유관 복구가 지연되거나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가 강화될 경우 수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우회항로 전환 지원과 비축유 스와프 확대가 실제 물량 확보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