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장들 속도조절론에 반도체 급락…트럼프 "중국만 좋아할 일"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오픈AI CEO 샘 올트먼과 xAI CEO 일론 머스크가 공감을 표시하면서 14일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9% 폭락했고, 엔비디아(-3.4%), 브로드컴(-4.8%), AMD(-5.6%) 등 주요 종목이 동반 하락했다.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늦어지면 데이터센터 투자와 GPU·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된 결과다. 같은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12%까지 오르며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고, 사우디 송유관 폐쇄 소식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이런 시장 충격 속에서 AI 규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는 BBC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AI 연구소는 시스템 작동을 중단시킬 방법을 갖고 있다"며 킬 스위치 설치와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는 AI 기업이 문제 발생 시 시스템을 중단할 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킬 스위치법'이 이미 발의된 상태다. 다만 영국 정부는 킬 스위치를 도입해도 다른 국가에서 AI가 개발·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도입을 거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I 위험론을 '사기'라고 일축하며 규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14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의 전화 통화에서 "로봇이 세상을 장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는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 장치는 "강하고 똑똑한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이어 AI와 데이터센터를 공격하는 "병든 음모"가 있으며 "그것 때문에 기뻐하는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아모데이 CEO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완벽한 작은 천사인 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책 결정이 아닌 정치적 입장 표명이며, 킬 스위치 법안도 아직 발의 단계로 구속력이 없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속도 조절론을 두고 순수한 안전 문제인지, 규제 강화로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으려는 사업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월가에서 제기된다.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AI 기업들의 속도 조절 요구를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업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장의 밸류에이션 재평가와 장기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