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후티, 홍해·송유관 동시 차단…사우디 원유 수출 13년 최저

By 서민준2026년 9월 16일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로 향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 요충지 페림섬과 모카를 점령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East-West) 송유관 가동까지 중단시키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20만 배럴로 집계됐으며, 최근 일주일 동안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홍해로 이동한 사우디 화물선은 2척에 불과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후 동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옮겨 수출해 왔으나, 이 우회로마저 차단되면서 해상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

사우디는 미국에 직접 군사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에서 후티에 대응한 미군 공습을 촉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정보 공유와 약 100명의 군사 고문 파견에 그치고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은 사우디와 후티 양측과 대화 중이라고 밝히는 등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좌절과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의 원유 공급 차질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는 9일 장중 배럴당 101달러를 돌파했으며, 해외 투자은행들은 중동 선박 공격이 확대될 경우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후티의 공격에 대응해 수에즈 인근 송유관을 거쳐 지중해로 원유를 운송하는 방안까지 동원했지만, 이 경로는 운송 기간이 수주 늘어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런던 소재 국방 연구기관 RUSI의 부르크 오즈셀릭 연구원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물리적으로 봉쇄되지 않더라도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지난 14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후티의 공격을 규탄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는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과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저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홍해상에서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의 보장은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정부는 송유관 공격의 배후를 밝히지 않았으며, 이란이 오만에서 걸프 국가들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향후 외교적 해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