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석 224일…권한쟁의심판이 해법 분수령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한 지 25일이 지났지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공석은 224일째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며 탄핵 검토까지 거론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며 맞서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법적 해결 경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행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병렬적으로 존재하지만, 재제청 요구의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시되지 않으면서 해석 차이가 갈등의 핵심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아 취지를 알기 어려웠다"며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건이 접수돼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기존 선례를 보면 각하 판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청권, 임명권이 제대로 행사되려면 각 기관에 대한 존중과 협력 의무가 전제된다"며 "헌법기관이 권한과 책임을 이행하면 해소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헌법 조항만으로는 재제청 의무의 기속력이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지속된다. 헌법학자들은 지난 13일 토론회에서 대법원장 1인에게 제청권이 집중된 현행 체계를 비판하며, 제청권 삭제나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상희 건국대 명예교수는 "대법원장이 동료 대법관을 단독으로 선택하는 한국의 법체계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이라며 "제청권이 오히려 다른 법관들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한쟁의심판의 결과와 별개로,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개선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