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태아기 노출자 33명 판정 보류

By 이경섭2026년 10월 1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제도가 2026년 10월 8일부터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무조정실은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 없이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배상 신청은 8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6개월간 받으며, 기존 피해자는 온라인에서 기존 제출 서류 활용에 동의하면 배상 신청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새 체계 시행 직후 공개된 국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 8,097명 중 75명이 여전히 미결정 상태이며 이 중 44%인 33명이 태아기 노출자로 확인됐다.

새 배상 체계는 국무총리 소속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가 손해배상금의 신청·결정·지급 절차를 총괄한다. 배상금은 치료비, 간병비, 휴업배상, 장해·유족배상, 장례비, 위자료 등 항목별로 결정되며, 배상 재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사업자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손해배상금 지급결정 이후에도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에게는 계속치료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도 마련됐다.

그러나 태아기 노출자 33명 중 29명(87.9%)은 피해구제를 신청한 지 5년이 넘도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들에 대해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 부재로 판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태아 시절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출생아의 건강 피해와 가습기살균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연구 결과가 없어 피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조사가 시작된 지 15년, 특별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태아기 노출자 상당수는 피해 인정 여부조차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태아기 노출 출생아처럼 기존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피해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를 서둘러 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판정 전에도 필요한 건강관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태아기 노출자에 대한 구제가 실제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인과관계 연구를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상 심의위원회가 별도의 판정 기준을 마련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