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

친구들 앞 '공부 못해' 반복한 교사…대법, 정서적 학대 벌금형 확정

By 이경섭2026년 10월 11일

대법원이 초등학교 교사가 또래 학생들 앞에서 어린 제자의 학업 능력을 반복적으로 깎아내리는 발언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인정하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에게 벌금 500만 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유지했다.

이 교사는 2024년 4월 4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며 당시 만 9세이던 여학생에게 "공부 좀 해라",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어짜노!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등의 발언을 약 한 달간 반복했다. 피해 학생의 일기장에는 "선생님 때문에 불안하다",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는 내용이 담겼고,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적극적 학대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했지만, 발언 대부분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학생생활지도의 범위를 벗어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담임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한 것은 학생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해칠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명시했다. 2심은 피해 학생의 진술이 일관되고 일기장 내용과 부합하며, 같은 반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는 교육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공개적 모욕이 학생의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학대 성립을 막지 못한다는 경계선을 설정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교사가 피해 학생의 학업 향상을 고민했던 정황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학대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1심의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과 치료프로그램 이수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특정 교사의 개별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에 그치며, 모든 비판적 피드백이 학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의 구체적 범위가 추가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