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권리

총수 증인 공방에 노동 현안 기업 출석 무산…국감 책임 추적 공백

By 이경섭2026년 10월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대립하면서,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노조 탄압 의혹을 받는 기업 책임자들의 증인 출석이 사실상 차단됐다. 16일 환노위 국감에서는 기업 책임자들의 증인 출석이 무산된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상황을 전하며 증인 채택을 촉구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오늘이 증인 채택 마지막 날인데 빨리 합의해서 회장이 어려우면 책임자라도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공방은 국감 시작 전부터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검증해야 한다며 이 회장과 최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압박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총수 출석이 정치적 망신 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감 첫날인 지난 6일에서야 증인 채택안이 의결됐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증인 출석요구서를 출석일 7일 전까지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감 첫날 총수 증인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노동 현안 관련 증인들의 출석까지 어려워졌다. 여당 소속 한 보좌진은 “삼성전자·하이닉스 총수 대 다른 증·참고인 수십 명인 상황”이라며 “노동 문제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다 부르고 싶지만, 호남 반도체 사업과 관련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야당 보좌진도 “두 회장은 막아주면서 다른 기업 총수들만 나오라고 할 명분이 없으니 대기업 증인을 일괄적으로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국감에 출석 예정이던 기업 증인 4명 중 3명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고, 1명의 증인 신청도 철회되면서 기업 증인은 한 명도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 노동자들의 체내 납 배출 주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회사 대표이사와 피해 노동자는 증·참고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다만, 증인 채택 마감일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은 별도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김위상 의원은 이날 “노동권을 유린하는 악덕사업주들을 한자리에 세울 수 있는 종합청문회의 조속한 개최를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종합감사에 증인을 부르려면 법에 따라 20일까지 출석요구서가 도달해야 하지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 현안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채 국감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