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금융 화석연료 127조…K-GX 1천조와 괴리

정부가 향후 10년간 1,000조원을 투입해 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관련 대출·투자 잔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7일 발간한 '2025 한국 화석연료금융 백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195조5천억원으로 2020년 154조원에서 41조원 넘게 늘었다. 백서는 "정부가 K-GX를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 화석연료금융은 여전히 큰 규모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금융의 상당 부분은 공적자금이 차지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및 정책금융기관 등 공적금융이 전체 화석연료금융의 65%(127조원)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석탄금융은 50조6천억원으로, 이 중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에 대한 투자가 75.5%를 차지했다. 석유·천연가스금융은 76조4천억원으로 국민연금·한국수출입은행의 비중이 74%에 달했다. 주요 공적기관의 투자·여신이 국내 화석연료금융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재생에너지로의 자금 전환은 더딘 상황이다. 2025년 재생에너지금융 신규실행액은 9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증가했지만, 국내 신규실행액은 6조4천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증가분은 대부분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반면 천연가스금융 잔액은 2025년 41조원으로 2020년 대비 42.4% 증가했다. 백서는 발전소와 LNG 운송·공급시설이 장기간 운영되는 인프라인 만큼 천연가스 금융지원이 화석연료 자산의 장기 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2040년 탈석탄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석탄 관련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회사채 중 2050년 이후에도 만기가 남아 있는 계약이 35건으로 조사됐다. 백서는 "탈석탄이나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기존 화석연료금융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전환금융 역시 자금 공급 자체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배출감축과 화석연료 자산의 감축·전환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적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감축 로드맵이나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규제 방안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