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강제동원 배상 2심도 8천만 원…'동의 능력' 부재 인정

일제강점기 만 12세에 일본 군수공장으로 강제동원된 피해자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1심과 동일한 배상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2부(재판장 곽형섭)는 지난달 28일 고(故) 서모 씨 측이 일본 기계·공구 제조업체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위자료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회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서씨가 만 12세의 아동이었으며,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의 조직적 기망으로 노동에 동원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동의 능력' 부재를 인정했다. 1심 판결문에서 "어린 나이에 노동환경과 처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조직적인 속임수에 넘어갔다"고 밝힌 것에 더해, "작업의 성격과 감금에 가까운 기숙사 생활을 고려하면 만 12세 아동의 동의 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는 법리가 2심에서도 유지됐다. 아버지의 동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상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후지코시는 국내 법원의 관할권을 부인하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배척했다. 서씨를 속여 일본으로 데려간 불법행위의 일부가 국내에서 발생했고 사건이 한국 역사와 밀접하다는 이유로 관할권을 인정했으며,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해 서씨의 청구권을 승인했다. 서씨는 1945년 2월 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의 설명을 듣고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지원해 그해 3월부터 8월까지 도야마의 후지코시 공장에서 비행기 부속품을 만들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임금은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판결은 서씨가 2020년 5월 소송 제기 후 1심 선고 전인 2024년 5월 사망해 자녀가 유지한 소송에서 나온 것으로, 일본 측의 추가 상고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후지코시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2심 판결은 확정되지 않으며, 배상금 집행은 최종 판결 이후에 가능하다. 서씨의 사례와 별개로 다른 강제동원 소송의 청구권·관할권 판단은 각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