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규제 7개월째 표류…에페 출시에 형평성 논란

비만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에 대한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심사가 7개월째 표류하면서, 규제 공백 사이로 시장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과 6월 행정예고를 거쳐 규제합리화위원회 심사를 진행해 왔으나,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본심사가 의견수렴을 이유로 연기되며 최종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 기간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가 허가·출시됐고, 한국 노보는 위고비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해 기존 규제의 타당성과 형평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식약처가 추진하는 오남용우려 지정의 실질적 효과는 포장 경고문구 표시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의 무처방 판매 제한에 그친다. 그러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 공급된 위고비는 1775개에 불과한 반면, 2024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유통량의 62%인 약 192만개가 의료기관으로 공급됐다. 식약처가 지정 근거로 든 아동·임부 처방 증가도 처방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여서, 약국을 겨냥한 규제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미개봉 상태로 판매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 역시 처방 행태를 관리하는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
규제 심사가 지연되는 사이 해외 직구를 통한 불법 반입은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고비·마운자로 불법 반입 적발 건수는 4155건으로, 지난해 연간 적발(1189건)의 3.5배에 달한다. 관세청은 식약처의 유해의약품 통보에 따라 이들 제품을 통관 단계에서 전량 보류·폐기하고 있다. 자가 사용 목적이면 총 6병 또는 3개월 복용량까지 반입을 허용하는 일반 기준도 비만치료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환자까지 반입 차단 대상에 포함되면서, 값비싼 국내 약을 쓰거나 효과가 덜한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다만 에페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행정예고 당시 에페가 허가 전이었다며 시판 이후 처방량과 불법 판매·광고 등을 살펴 지정 필요성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 체중감량 목적 사용 우려가 에페에도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비만치료제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정확한 처방 통계조차 없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실제 처방량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위고비 급여 신청에 대해 업계에서는 고도비만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심사 결과와 반입 개선안 모두 아직 정해지지 않아 규제 공백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